2025년 현재, 한국은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서 있습니다. 사계절의 뚜렷한 변화를 자랑하던 기후는 점차 극단적인 양상으로 바뀌고 있으며, 미세먼지와 폭염은 일상이 되었습니다. 정부는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체감 가능한 변화는 더디기만 합니다. 이 글에서는 한국이 직면한 기후위기의 현실을 미세먼지, 폭염일수, 기후 정책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해봅니다.
미세먼지: 사라지지 않는 겨울 재앙
한국에서 미세먼지는 더 이상 특정 계절의 문제가 아닙니다. 과거에는 주로 겨울철과 봄철 황사 시즌에 국한됐지만, 최근에는 연중 내내 고농도 미세먼지 주의보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특히 수도권과 대도시 지역은 교통량과 산업시설 밀집으로 인해 자체적인 오염원까지 더해져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습니다. 2025년 현재, 서울의 연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을 여전히 크게 초과하고 있으며, 고농도 미세먼지일수도 증가 추세입니다.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 호흡기 질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입니다. 각종 호흡기 질환, 심혈관계 질환이 급증하고 있으며, 일상적인 야외활동조차 어려운 날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미세먼지는 중국과 몽골 등의 외부 요인도 있지만, 국내 산업, 발전소, 차량 배출 등 내부 요인이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는 여전히 완화적이며, 공장 밀집 지역이나 교통 혼잡 지역에 대한 강력한 대책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회성 마스크 지급보다는 배출 저감 중심의 근본적 정책 전환이 필요합니다. 더 이상 미세먼지를 ‘날씨’의 일부로 여기지 말고, 공공 건강을 위협하는 구조적 기후문제로 인식해야 할 때입니다.
폭염일수: 매년 갱신되는 고온 기록
기후변화의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는 폭염일수의 증가입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2024년 여름, 서울은 연속 35도 이상을 기록한 날이 18일에 달했고, 2025년에는 그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단순히 더운 날씨를 넘어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재난 수준의 폭염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폭염이 도심 지역에 더욱 치명적이라는 점입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구조물이 열을 흡수하면서 도시 열섬현상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냉방에 대한 의존도는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전력 수요는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전력망 과부하로 인한 정전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폭염은 특히 고령자, 야외노동자, 저소득층에게 더 큰 피해를 줍니다. 노후 주택의 단열 문제, 냉방장치 부족 등의 요인은 기후위기가 사회적 불평등과 직결됨을 보여줍니다. 정부는 폭염쉼터 확대, 냉방비 지원 등 단기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도시 설계 자체를 ‘기후적응형’으로 전환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쿨루프(cool roof), 녹지확대, 지하화 설계 등 미래지향적 인프라 구축이 절실합니다.
정책: 선언은 많지만 실천은 부족하다
한국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여러 차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상향 조정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에너지 믹스에서 석탄과 원자력 비중이 여전히 높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OECD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선언은 있지만, 실천과 제도적 변화는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탄소세 도입 논의는 아직도 초기 단계에 있으며,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규제도 충분치 않습니다. 특히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는 친환경 전환에 대한 저항이 크고, 중소기업은 전환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부족합니다. 이로 인해 정부 정책이 산업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민들의 생활 속 기후행동 유도 역시 미비합니다. 일회용품 감축, 대중교통 전환, 친환경 소비를 유도하는 인센티브 제도는 형식적으로 운영되거나 지속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캠페인’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실질적으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설계입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환경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교육, 복지, 국토, 산업, 보건 등 모든 부처가 기후문제를 중심에 두고 협력해야 하며, 국가 전략의 전면적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기후위기는 이미 한국인의 삶에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미세먼지는 공기를 오염시키고, 폭염은 생명을 위협하며, 실천 없는 정책은 미래를 지연시킵니다. 지금은 늦기 전에 근본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할 때입니다. 시민, 기업,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한국형 기후전환모델’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변화를 말하기보다, 변화를 보여줄 때입니다.